잡생각2012. 3. 29. 13:11

며칠 뒤 새벽.

지 외장은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. 쏴아- 하고 빈 독에 물을 붓는 물소리때문이었다. 아들 우명옥이 사라져버린 지 벌써 5년 째. 그러나 지 외장은 단 하루도 우명옥을 기다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. 지 외장은 문이 덜컥이는 바람소리에도 행여 아들이 돌아온 것이 아닐까 귀를 세우고 있었다. 문 밖을 굴러 다니는 낙엽소리에도 행여 아들의 발자국 소리가 아닐까 소스라쳐 놀라깨곤 해었다.

온다 틀림없이 돌아온다.

지 외장은 확신을 갖고 있었다. 아들 우명옥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. 그런데 무엇인가 쏴아- 하고 빈 독에 물을 붓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. 그것은 아들의 버릇이었다. 매일 새벽 동트기 전 강가에 나아가 목욕제계하고 물 한동이를 걸어다가 빈 독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들 우명옥의 일과였던 것이다.

지 외장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. 잠결에 들은 바람소리를 물소리로 착각한 것뿐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.

그런데 착각이 아니었다.

쏴아-하고 빈 독에 쏟아 붓는 물소리가 분명하게 들려오고 있지 아니한가. 지 외장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소리쳐 말하였다.

"명옥이냐"

그러자 문 밖에서 아들 우명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. "네, 아버님. 접니다" 

순간 지 외장은 부엌으로 난 문을 열어보지도 않고 말하였다.

"독에 물을 가득 채웠느냐"

"가득 채웠나이다"

그것으로 그뿐이었다. 오랜만에 들아온 아들 우명옥과 그 5년을 한날 한시도 잊지 않고 기다렸던 아버지 지 외장과의 만남은 그 두어 마디면 그만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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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억사마